본문 바로가기
에세이

그럴듯했던 계획,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by 진행ing 2025. 4. 18.
반응형

 

아동복 사업이 실패한 세 가지 이유

 

1편을 올리고 나서 많은 말을 들었다.
“진행님 같은 사람도 망할 수 있어요?”
“계획이 그렇게 탄탄했는데 왜요?”
“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

 

그 질문들을 천천히 되새기다가,
이 글을 쓰기로 했다.
실패의 본질은 계획이 아니라, 착각에 있었다는 걸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 한국에서 통했던 모델, 싱가포르에서는 달랐다

 

내가 만든 아동복 브랜드는
한국에서 ‘인스타 브랜드’라 불리는 시장 모델을 참고했다.
온라인 판매 기반이지만, 감도 있는 사진과
합리적인 가격, 괜찮은 디자인과 품질로 승부하는 방식이었다.

 

싱가포르에서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시장 조사도 했고, 비슷한 브랜드들도 찾아봤다.
중국 감성의 중고가 브랜드가 있었는데,
디자인이나 품질은 우리가 낫다고 판단했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큰 착각이었다.

싱가포르의 온라인 쇼핑은 말도 안 되게 저렴하거나,
매장 없이 고가로 파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우리가 참고했던 브랜드들은 모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온라인을 병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오로지 온라인으로만 승부하려 했고,
그게 첫 번째 실패 요인이었다.

 

2. 사람을 바꾸지 않고, 일만 바꿨다

 

나는 이 사업을,
기존 컨설팅 조직의 확장선으로 봤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기존 인력들도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늘 새로운 일을 해왔고, 해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내 기준이었다.


그들은 평소에 아동복에 큰 관심이 없었고,
새로운 일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성향도 아니었다.

 

사실 어느 순간 알았다.
“이 사람들로는 이 사업을 잘 해낼 수 없다”는 걸.
하지만
회사를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로열티 때문에
정작 바꿔야 할 걸 바꾸지 못했다.

 

사람은 자원이지만,
‘적절한 위치에 있는 자원’이어야 했다.
그걸 판단하지 못한 건 두 번째 실패였다.

 

3. 집중하지 않은 대표, 결국은 아무것도 못 지켰다

 

그때 나는
컨설팅 사업, 플랫폼 사업, 그리고 아동복 사업
세 가지를 동시에 하고 있었다.

 

회사 다닐 땐 워낙 멀티 업무를 많이 했기에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달랐다.
회사는 시스템이 일을 나눠주지만,
내 사업은 대표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다.

 

사람을 뽑아놓고 지켜보는 게 아니라,
대표가 직접 설계하고 판매하고 돌봐야만
버틸 수 있는 단계였다.

 

나는 거기에 100% 올인하지 않았고,
그게 세 번째 실패 요인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실패한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작은 오판들이 쌓였고,
그걸 믿음과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붙잡았다.
그게 결국은
비즈니스의 맥을 끊었다.

 

지금도 가끔 묻는다.
“그때 제대로 집중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다음에 다시 시작한다면
사람과 시장, 그리고 내 시간부터 다르게 구성할 거라는 점
이다.

 

[다음글 : 다시 한다면, 나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다시 한다면, 나는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실패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물었다.“다시 창업하면, 이번엔 어떻게 할 건가요?”처음엔 대답하지 못했다.그리고 지금도, 자신 있게 답할 수는 없다. 하지

jinhaenging.com

 

 

[이전글 : 왜 나는 창업을 시작했는가]

 

왜 나는 창업을 시작했는가

전략기획자에서 아동복 창업가가 되기까지 창업했다.망했다.‘계획은 그럴듯했는데, 왜 작동하지 않았을까?’그 질문 하나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나는 LG전자에서 전략기획을 했다.HE본

jinhaenging.com

 

 

(글: 이진행 @jinhaenging)
실전형 창업가 · DWAY 대표 · 전 전략기획자
배우고, 부딪히고, 써내려갑니다. 진행ing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