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자에서 아동복 창업가가 되기까지
창업했다.
망했다.
‘계획은 그럴듯했는데, 왜 작동하지 않았을까?’
그 질문 하나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나는 LG전자에서 전략기획을 했다.
HE본부, 그 안의 ID사업부.
오너 보고도 했고, 글로벌 전략도 짰고,
사업부를 리딩하며 그럴듯한 직장인 삶을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거기 있으면 안정적이잖아.”
“계속 다니면 임원도 갈 수 있겠네.”
그 말들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회사를 나왔다.
왜?
내가 짠 전략이, 결국 다른 누군가의 비즈니스를 키우는 일이었기 때문.
그렇다면 내 비즈니스를 내가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후, KPMG에서 IT컨설턴트로 일했다.
롯데지주가 막 생길 때 EIS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투입됐고,
공시 시스템도 SI 성격으로 구현해봤다.
그리고 EY에서는 재무 컨설턴트로
KDB산업은행과 함께 한국 최초의 상용 데이터 가치평가 모델을 만들었다.
그 이후엔 유니콘 기업의 데이터 가치평가,
금융지주의 무형자산 평가까지 경험했다.
직장생활은 여전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내 안의 질문은 더 커지고 있었다.
“나는 잘하고 있는 게 맞는데, 왜 이 일이 내 것이 아니라고 느껴질까?”
“이 경험들을 내 방식으로 써보고 싶다.”
그래서 창업을 했다.
처음 만든 건 컨설팅 회사 ‘DWAY’였고,
이후 싱가포르에서 아동복 브랜드 ‘Mardec9’을 만들었다.
왜 하필 아동복이었냐고?
컨설팅만으로는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를 느꼈고,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시장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때의 나는 “내 손으로 키운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과는… 실패였다.
사업이 무너진 순간부터, 내가 무너지는 시간도 시작됐다.
실패는 숫자보다 훨씬 깊은 감정으로 남았다.
사업이란, 전략기획서 한 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컨설턴트였고, 계획을 잘 세우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실제 시장에서는 ‘계획’보다 중요한 게 훨씬 많았다.
고객, 타이밍, 유통, 브랜드 감도, 운영력, 팀워크…
그 요소들이 어긋나면
아무리 잘 만든 사업계획도 무너진다.
나는 그걸 직접 겪었다.
그리고 그 실패로부터,
내 시야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됐다.
이 글은 그 시야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참고서가 되기를 바란다.
그럴듯했던 계획,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아동복 사업이 실패한 세 가지 이유 1편을 올리고 나서 많은 말을 들었다.“진행님 같은 사람도 망할 수 있어요?”“계획이 그렇게 탄탄했는데 왜요?”“저도 비슷한 경험 있어요.” 그 질문들
jinhaenging.com
(글: 이진행 @jinhaenging)
실전형 창업가 · DWAY 대표 · 전 전략기획자
배우고, 부딪히고, 써내려갑니다. 진행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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